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F1 더 무비, 2025] 한계와 열정, 서킷 위에 완전히 녹아들다

by 오르봉 2025. 8. 4.

한계 너머의 질주, 살아있는 F1의 역동성

1. 줄거리

‘F1 더 무비’는 찬란했던 시절 한때 F1 스타였으나, 끔찍한 사고 이후 트랙을 등졌던 베테랑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의 인생 2막을 그려냅니다.

소니는 명예와도 같았던 스포트라이트에서 사라진 채 택시 운전, 각종 잡일 등으로 영욕의 세월을 보내며 남들 시선에선 실패자처럼 보이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느 날, 오랜 벗이자 APX GP라는 신생 F1팀의 오너인 루벤 세르반테스의 간절한 요청으로, 그는 팬들의 기억 속 전설에서 현실의 트랙으로 복귀합니다. 소니의 미션은 하나, 팀을 무너짐 직전에서 건져내고 천재 신인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를 멘토링하며 팀워크 회복에 앞장서는 것입니다.

팀 복귀와 동시에 소니는 젊고 날카로운 신예 피어스와 자주 충돌합니다. 경험에 기대는 노포와 패기 넘치는 루키의 세대차, 그리고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소니와 커리어 정점에 오른 듯 방심하는 피어스, 두 남자는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살피고 점점 브로맨스로 발전해갑니다. 기술감독 케이트 맥케나 역시 과학적 데이터와 분석, 전략으로 치열한 조정을 이어갑니다.

레이스는 실제 2023년 F1 월드챔피언십 서킷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극의 막바지, 핵심이 되는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해체 위기에 있던 APX GP 팀은 각자의 두려움과 오해를 딛고 마지막 기회에 모든 것을 걸게 되죠.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는 소니와, 치명적 위기를 경험한 신예 조슈아의 우정과 성장. 그리고 팀 전체가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마침내 트랙 위에서 뜨겁게 질주합니다.
환희와 패배, 인간관계의 갈등 그리고 성장… ‘F1 더 무비’는 이 모든 생의 질주와 정체된 오늘의 다이내믹을 속도감 있게 응축해 보여줍니다.

 


2.  촬영 배경


‘F1 더 무비’만의 현장감은 시나리오 위에 겹겹이 쌓인 ‘진짜’ 레이스 풍경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실제 F1 월드챔피언십 협력 아래, 실버스톤, 스파-프랑코르샹, 몬차, 야스 마리나(아부다비) 등 세계 최고의 F1 서킷에서 촬영이 이뤄졌습니다. 모든 레이싱 장면은 실제 트랙과 F2 기반 머신으로, CGI가 아닌 실제 주행으로 담아 생생한 스피드와 아찔한 몰입감을 구현했습니다. APX GP라는 영화 속 가상팀도 진짜 F1 팀 못지않게 헬멧·머신·피트박스·로고까지 완벽하게 재현됐고, 이들은 각 그랑프리 현장 그리드에 실제로 등장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F1 본 경기 기간 ‘실제 경주 세션 중간’ 단 5~10분,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 환경에서 배우와 제작진이 F1 팬, 실제 선수·미디어가 관중석을 가득 메운 상황에서 레이스 장면을 한 번에 촬영한 점입니다. 이는 전례 없는 스케일이며, 관객에게 경주 현장의 떨림, 속도, 환호성과 엔진 굉음까지 오감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팀 멤버로 참여한 배우 브래드 피트는 철저한 트레이닝과 현장 주행을 통해 실제 F1 드라이버 못지않은 몰입을 보여주며, 연기와 다큐멘터리적 현장감이 하나로 어우러졌습니다. 기술감독 역의 케리 콘던과 본인 이름으로 특별출연한 루이스 해밀턴 등 다양한 F1 현역 인물들도 현실감을 높이는 한 축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 거장 촬영감독 클라우디오 미란다의 카메라워크까지 가세하여, 관객은 영화관에서 자동차의 엔진을 뚫고 질주하는 감각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이 같은 압도적인 리얼리즘은 단순한 영화적 장치 그 이상, 스포츠 영화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3. 총평

‘F1 더 무비’는 스포츠 영화 공식이나 클리셰를 분명 따릅니다. 몰락한 영웅, 찾아온 새로운 기회, 세대간 갈등, 그리고 극적인 승리와 감동의 피날레.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힘은 박진감 넘치는 생생함과, F1이라는 소재 특유의 묘한 중독성에 있습니다.

영화의 레이싱 신은 현존 최고 수준의 영화적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익숙한 할리우드 연출력에 실제 경기장·경주차·피트크루·라이브 사운드의 조합이 더해져 ‘실사’와 ‘영화’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었습니다. 덕분에 F1을 잘 모르는 관객도 쉽게 흥미를 느끼고, 충만한 몰입을 경험하게 됩니다. 치열한 경쟁, 팀워크, 패배에서의 성장을 따라가면서도 인물간 드라마와 인간관계의 변화가 과도하지 않게 간결하게 그려진 점도 장점입니다.

아쉬움도 남습니다. 주요 인물 간의 관계성이 다소 평면적이고, 전체적인 스토리 자체는 예측 가능한 공식에 충실합니다. 더 입체적인 갈등이나, APX GP 팀 외부와의 정치적·심리적 갈등이 추가됐다면 한 단계 더 풍성해질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싱 드라마라는 본질엔 충실했고, 경기장 바깥의 인생 이야기까지 폭넓게 담아냅니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흔치 않은 ‘진짜 물리적 현장감’, 배우의 헌신, F1 그 자체의 매력, 그리고 스포츠가 가진 보편적 성장과 우정의 가치가 제대로 녹아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를 거부하는 분에게도, 손에 땀을 쥐는 질주 그 자체의 생생함과 감동을 충분히 건네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