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토르:라그나로크, 2017] 신은 망치가 아니라 신념으로 완성된다

by 오르봉 2025. 5. 10.

웃음 속의 종말, 그게 라그나로크다

1. 영화 기본정보

  • 제목: 토르: 라그나로크 (Thor: Ragnarok)
  • 개봉: 2017년
  •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Taika Waititi)
  •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테사 톰슨, 제프 골드블럼
  • 장르: 액션, SF, 어드벤처, 판타지
  • 상영시간: 130분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2. 줄거리 요약

〈토르: 라그나로크〉는 아스가르드의 종말, ‘라그나로크’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토르는 아버지 오딘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로키와 함께 지구로 향하고, 그곳에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누나 헬라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헬라는 죽음의 여신으로, 오딘의 첫째 딸이자 아스가르드의 진정한 후계자입니다.

그녀는 오딘의 죽음과 함께 다시 돌아오고, 순식간에 토르의 망치를 파괴한 후 아스가르드를 점령하려 합니다. 토르는 헬라에게 패배한 뒤, 사카아르 행성에 추락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랜드마스터의 노예가 되어 검투사가 됩니다.

거기서 토르는 오랜 친구 헐크와 조우하고, 과거 발키리였던 **발키리(테사 톰슨)**와 함께 팀을 꾸려 아스가르드로 돌아갈 계획을 세웁니다.

결국 이들은 ‘리바운저즈’라는 임시 팀을 결성해 아스가르드에 복귀하고, 헬라를 막기 위해 아스가르드를 파괴해야 한다는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라그나로크는 결국 헬라를 무너뜨리지만, 동시에 아스가르드는 사라지고 ‘민족’만이 남아 우주를 떠돕니다.


3. 캐릭터 분석

토르 / 천둥의 신

  • 이전까지는 망치와 물리적 힘에 의존했던 인물이, 진정한 ‘신’으로서의 자각을 시작합니다.
  • 힘이 아닌 책임과 통찰로 리더십을 완성해 나갑니다.

로키

  • 여전히 기회주의자이지만, 형제애와 공동체에 대한 미묘한 책임감을 드러냅니다.
  • 마지막엔 형을 돕고, 민족을 구하는 데 동참합니다.

헬라 / 죽음의 여신

  • 강력한 카리스마와 트라우마를 함께 지닌 빌런.
  • 오딘에 의해 역사에서 지워졌고, 그에 대한 복수심이 그녀의 동기입니다.

발키리

  • 과거의 아픔에서 도망치던 인물이지만, 싸울 이유를 다시 찾습니다.
  • 여성 캐릭터 중 드물게 ‘술 마시고 싸우는 용사’로서의 면모를 지닌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그랜드마스터

  • 광기와 유희로 가득한 독재자.
  •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결정짓는 코믹하고 기괴한 캐릭터입니다.

4. 개인적인 감상 – 유쾌함 뒤의 슬픔

〈토르: 라그나로크〉는 그 어떤 마블 영화보다도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신화와 제국, 정체성의 붕괴라는 묵직한 테마가 깔려 있습니다.

헬라의 등장은 오딘이 감추고 있던 과거의 피비린내 나는 정복 역사를 드러내며, 토르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는 토르가 아스가르드라는 ‘장소’를 잃는 것을 보여주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신으로서의 책임’과 ‘공동체에 대한 의식’을 얻게 된다는 점입니다.

저는 마지막 장면에서 토르가 눈 하나를 잃고도 빛나는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망치도, 아스가르드도, 아버지도 없지만, 그는 이제 진정한 리더로 거듭난 것입니다.


5. 독창적인 해석 – 토르는 ‘망치’가 아니라 ‘민족’이다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아스가르드는 땅이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오딘의 말에 있습니다.
토르가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아스가르드를 구한다는 발상이 매우 상징적입니다.

‘라그나로크’는 단지 파괴가 아니라, 기득권 구조의 붕괴와 정체성 재건을 의미합니다.
헬라가 집착한 것은 과거의 제국적 영광이고, 토르가 지키려 한 것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민족의 존속이었습니다.

즉, 이 영화는 토르라는 인물을 무력의 상징에서 정치적 리더이자 새로운 사상의 전환점으로 확장시킨 작품입니다.


6. 총평 및 추천사

〈토르: 라그나로크〉는 마블식 리부트의 교과서입니다.
어두운 톤에서 벗어나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전환하면서도, 그 내면은 철저히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재기발랄한 연출, 80년대 감성의 사운드트랙, 그리고 캐릭터 간의 케미는 이 작품을 **‘웃기지만 절대로 가볍지 않은 영화’**로 만들어 줍니다.

전통적인 신화를 해체하고,
새로운 공동체와 가치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드리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