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킹메이커》는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이상을 좇는 정치인과 승리를 설계하는 전략가의 팽팽한 갈등과 동행, 그리고 배신을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야당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이 국회의원에 출마하며 시작됩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신념을 가진 김운범은, 민심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현실의 벽에 번번이 부딪힙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약방 선생이자 비상한 두뇌를 가진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가 찾아옵니다.
서창대는 “승리를 위해선 이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기발한 선거 전략과 치밀한 계산력으로 김운범을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시킵니다. 두 사람은 ‘정의가 사회의 질서’라는 김운범의 신념과,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을 가릴 필요 없다’는 서창대의 현실주의가 충돌하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김운범은 원칙을 고수하고자 하지만, 선거전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상대 진영의 음모와 마타도어, 언론플레이, 이미지 조작, 위기 조정 등 온갖 정치적 술수가 난무합니다. 서창대는 때로는 선을 넘는 전략까지 제안하지만, 김운범은 끝까지 도의와 신념을 지키려 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냉혹합니다. 김운범이 미국을 방문한 사이, 그의 자택에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서창대가 용의자로 지목되어 중앙정보부에 끌려갑니다. 김운범은 서창대를 의심하며 “정치를 하면 안 될 사람”이라 규정하고, 두 사람은 결국 결별하게 됩니다.
배신감을 느낀 서창대는 김운범의 라이벌이자 집권 여당의 대통령 박기수(박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의 선거를 돕게 됩니다. 악랄한 지역감정 조작, 이미지 조작 등 더 강도 높은 선거 전략이 펼쳐지고, 김운범은 또다시 패배와 고초를 겪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1988년, 두 사람은 우연히 식당에서 재회합니다. 서창대는 김운범에게 농부의 계란 이야기를 꺼내며 용서를 구하고, 김운범은 “계란을 가져다주고 용서할 것”이라 답합니다. 그리고 1997년, 김운범은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며, 대한민국에 여야 정권교체가 이루어집니다.
2. 촬영 배경
《킹메이커》는 1960~90년대 한국 정치사의 주요 순간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며, 선거 현장과 정치 무대의 긴장감, 그리고 시대적 분위기를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변성현 감독은 실제 김대중 대통령을 도왔던 ‘마타도어의 귀재’ 엄창록의 실화를 모티브로, 실존 인물과 허구를 절묘하게 섞어내며 극적 긴장과 현실감을 모두 살렸습니다.
촬영은 서울과 지방의 실제 선거 유세 현장, 국회의사당, 골목길, 시골 마을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이루어졌으며, 당시의 포스터, 현수막, 선거차량, 의상, 헤어스타일 등 시대적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 7대 국회의원 선거, 1980년대 민주화 운동, 1990년대 정권교체 등 역사적 사건과 분위기를 충실히 재현해, 관객이 마치 그 시대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선거전의 치열한 현장감, 정치인들의 연설과 유세, 그리고 뒷거래와 암투, 언론과 정보기관의 개입 등, 한국 정치의 어두운 이면을 세밀하게 포착합니다. 영화는 권력의 회랑부터 골목의 뒷골목까지, 각기 다른 계층과 공간의 질감을 세심하게 살려내며, 정치가 단순한 이념이 아닌 ‘현실의 싸움’임을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3. 총평
《킹메이커》는 이상과 현실, 신념과 권력, 그리고 배신과 용서라는 묵직한 주제를 치밀한 각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설경구는 원칙과 신념을 지키려는 김운범의 고뇌와 인간적 약함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이선균은 냉철한 전략가이자 내면에 상처와 갈등을 지닌 서창대를 입체적으로 연기합니다. 두 배우의 팽팽한 심리전과 대립, 그리고 미묘한 연대감은 영화의 중심축이자 가장 큰 볼거리입니다.
영화는 단순한 정치 드라마를 넘어, 선거의 이면에 숨겨진 이미지 조작, 언론플레이, 위기관리,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배신과 용서 등, 정치가 가진 모든 복합적 요소를 치밀하게 그려냅니다. “정치는 표를 얻는 것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김운범의 신념과,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을 가릴 필요 없다”는 서창대의 현실주의가 팽팽하게 맞서며, 관객에게 ‘정의와 승리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영화는 정치적 음모와 배신, 동맹과 배반, 그리고 인간적 고뇌와 성장 등,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풍부하게 그려냅니다. 동맹이 바뀌고 충성심이 시험받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속임수와 배신의 그물에 얽히며, 예측할 수 없는 반전과 서스펜스가 이어집니다. 각본의 정교함과 감독의 세련된 연출, 시대적 디테일, 그리고 유머와 위트가 적절히 어우러져, 무거운 주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냅니다.
《킹메이커》는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실제 한국 정치사의 민낯과 우리가 외면해온 ‘선거의 이면’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2025년 대선을 앞둔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치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