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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조용한 가족의 뜨거운 응원

by 오르봉 2025. 4. 26.

소리는 없지만 마음은 컸다

1. 줄거리 요약

〈코다〉는 ‘Child of Deaf Adults’의 약자인 CODA, 즉 청각장애 부모 아래서 자란 청인 자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의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수화가 일상인 가족 속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소녀 루비의 성장과 갈등을 그렸습니다.

루비는 아버지 프랭크, 어머니 재키, 오빠 레오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학교를 마친 뒤 가족의 어업을 돕고, 일상적으로 가족과 지역 사회 사이의 통역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모두 농아이며, 루비는 이들의 유일한 외부와의 창구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루비는 노래를 사랑합니다. 음악은 그녀에게 소통 그 자체였으며, 유일하게 온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였습니다. 학교 음악 수업 중 루비의 재능을 알아본 교사 베르나르도는 그녀에게 음악 대학 진학을 권유하며 오디션을 준비하도록 도와줍니다. 루비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만의 꿈’을 바라보게 됩니다.

가족은 처음에는 루비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 없이는 생계에 위협을 느끼며 반대합니다. 루비 또한 사랑하는 가족을 버려두고 떠난다는 죄책감과, 자신이 정말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겪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루비는 음악으로 가족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합니다. 음악회에서 수화를 곁들인 노래로 가족과 청중 모두를 감동시키며, 그녀는 진정한 의미의 독립과 화해를 이룹니다. 그리고 부모는 마침내 루비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녀를 떠나보냅니다. 루비는 버클리 음대 오디션에서 노래를 부르며 영화는 감동적인 결말로 이어집니다.


2. 소리 없는 세계의 따뜻한 언어

〈코다〉는 ‘다름’에 대한 가장 따뜻하고 현실적인 접근을 보여줍니다. 수화와 소리, 침묵과 음악이라는 두 세계가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고 이해해가는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청각장애’라는 설정을 특정한 소재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스며들게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루비의 가족은 장애를 극복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그들은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며, 오히려 루비보다 훨씬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이 가족은 약자가 아닌, 다른 삶의 방식 속에서 자립해 있는 강한 존재들로 묘사됩니다.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음악회 장면입니다. 청중은 루비의 노래에 감동하지만, 가족은 아무것도 들을 수 없습니다. 카메라는 그 순간 소리를 제거하고, 그들 시점에서의 ‘무음의 감동’을 전달합니다. 그 장면은 단순히 감각의 차이를 넘어서, 감정의 교차를 시각적으로 실현한 탁월한 연출이었습니다.


3. 개인적인 감상 – 나의 언어는 무엇인가?

〈코다〉를 보며 저는 ‘표현’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루비는 말할 수 있었고, 노래할 수 있었지만, 가족과는 완벽하게 감정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반면, 부모는 말로 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충분히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소통은 무엇일까요? 말일까요, 듣는 능력일까요, 아니면 ‘마음을 전하려는 의지’일까요? 저는 이 영화가 언어 이전의 감정, 즉 ‘이해하려는 마음’이 가장 위대한 소통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루비가 음악회 무대 위에서 수화를 함께 곁들여 노래하는 장면은, 그동안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가족과 그녀가 비로소 하나가 된 상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언어란 물리적 수단이 아니라 감정의 다리가 되어야 함을 실감했습니다.


4. 독창적인 해석 – 들리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

〈코다〉는 ‘장애는 결핍이 아니라 정체성’이라는 관점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전달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가족의 ‘장애’가 서사의 중심이 아니라 루비의 자아 탐색과 성장의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입니다.

루비는 코다이기에 특별했고, 동시에 평범했습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했고, 자신의 선택이 이기적인 건 아닐까 갈등했습니다. 그 모습은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많은 청춘들이 겪는 보편적인 감정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장애를 주제로 하되, 그것을 단지 극복이나 연민의 대상이 아닌, 삶의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우리는 들을 수 있는 존재일지라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 영화는 그 반대를 보여주었습니다. 들을 수 없어도, 누구보다 잘 들어주는 가족의 이야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