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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딸, 2025] 괴상해도 따뜻한 좀비 가족극

by 오르봉 2025. 8. 5.

가족의 한계를 넘어 좀비딸

1. 줄거리 – 부조리와 따뜻함이 공존하는 아버지와 ‘좀비딸’의 좌충우돌 일상


영화 《좀비딸》은 같은 이름의 네이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블랙코미디 가족 드라마입니다. 줄거리의 중심에는 평범함에서 조금은 벗어난 가족, 그 안에서도 아버지 ‘진’과 좀비가 되어버린 딸 ‘해리’를 둘러싼 기막히고도 눈물겨운 일상이 펼쳐집니다.

이야기는 지구를 휩쓰는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 사태가 갑작스럽게 터지면서 시작됩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극도로 소극적인 중년 아버지 진(채수빈 분/남자 배우로 각색되는 판도 있음)은 혼자 집에서 외동딸 해리(박주현 분)만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해리는 온몸에 피를 묻힌 채, 이미 ‘좀비’로 변해 있었습니다. 딸 해리가 좀비가 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진은 당황하지만, 이내 그녀를 남몰래 지키기로 결심합니다.

진은 해리를 사회에서 숨기기 위해 각종 고난을 자처합니다. 이웃에선 ‘독특한 딸을 둔 수상한 아저씨’로 오해를 받고, 친척들에겐 외모에 큰 사고를 당해 집에서 요양 중이라는 핑계를 댑니다. 그러나 해리는 본능적으로 냉장고 속 신선육을 뒤지고, 집안 곳곳을 어질러 놓는 등 좀비다운 엉뚱한 행동으로 아버지의 일상에 끊임없는 폭풍을 일으킵니다. 진은 인터넷 검색과 좀비 공포 영화 공부, 의료 정보 취합, 밀실 생활 준비 등으로 해리를 지키려 애쓰고, 변명을 이어가며 딸의 본능을 억제해보려고 갖가지 노력도 아끼지 않습니다.

영화의 백미는 바로 해리가 가끔 인간성을 회복하는 순간들입니다. 피아노 소리에 반응해 예전처럼 연주를 하고, 아버지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며 순간 ‘딸’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해리. 정체모를 좀비 증상과 남은 인간성 사이를 오가는 해리와 아버지의 애틋한 순간이 블랙코미디와 가족드라마적인 울림을 더합니다.

진은 좀비 해리를 떠안고 각종 사회적 고난, 정부의 방역단속, 아파트 주민의 의심 등 갖가지 위기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을 믿고 따르려는 해리의 인간적인 눈빛, 그리고 매일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부녀의 일상에서 인생의 소중한 가치, 가족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재발견하게 됩니다.

영화 후반부는 해리를 노리는 정부 기관, 좀비 차별 범죄 조직, 그리고 갑자기 닥쳐온 대규모 방역 작전까지 총집결하며 한층 더 긴장감과 감동을 높입니다. 해리는 자신을 위해 희생하며 힘겨운 일상을 버티던 진을 마지막에 지켜주기 위해, 좀비 본능과 인간성 사이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입니다.

결국, 영화는 ‘좀비가 되었다고 해서 가족이 아니던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 모두의 가족, 사랑, 연대에 대해 복합적이고 따듯한 울림을 남깁니다. 딸을 지키기 위한 평범한 아버지의 고군분투, 그리고 소외된 존재조차 포용하는 극한의 부성애와 가족애. 《좀비딸》은 좀비라는 극한 상황에 밀착된 아버지와 딸의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할 수 있는지를 잔잔하고도 때때로 박장대소하게 그려 냅니다.

 


2. 촬영 배경 – 일상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 색다른 한옥 가족극의 미장센


《좀비딸》의 촬영 배경은 판타지와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을 십분 살리면서, 한국적 삶의 구체성과 가족의 일상성이 교묘히 융합되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촬영 장소는 주로 서울 외곽의 오래된 다가구 주택과 한옥 스타일의 단독주택, 골목이 많은 중산층 아파트 등이 선택되었습니다. 평범한 집, 오래된 재래시장, 유흥가 뒤편, 학교 운동장, 동네 편의점 등은 모두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해리와 진 부녀의 밀실 생활과 세상과의 불화라는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공간입니다.

특히 ‘좀비딸’ 해리가 처음 변신한 집은 내부 세트와 실제 주택을 결합해, 소탈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을 극대화합니다. 어두운 조명, 곳곳에 던져진 육류 패키지, 달라진 냉장고의 내용물, 틈새를 통해 비치는 바깥의 일상 등은 해리의 변화와 진의 고통, 그리고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가족애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야외 촬영에서는 주연 배우들이 직접 출퇴근길, 오래된 골목, 폐가와도 같은 버려진 시장 등에서 촬영하며 좀비 바이러스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현실감을 살립니다. 원작 웹툰의 특유의 블랙유머를 살려, 병원, 경찰서, 방역본부 등 공공기관은 일부 세트를 리얼하게 제작해 영화적인 과장과 현실적 상황을 교차롭게 연출합니다.

특수분장과 CG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리 역의 배우는 고도의 좀비 분장과 다양한 특수 효과를 직접 소화하며, 동시에 인간적인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넓게 소화합니다. 슬로모션이나 저속 카메라 기법, 때때로 만화적 과장 연출이 어우러져 웹툰 원작의 생기와 개성을 그대로 옮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촬영감독은 인물의 클로즈업, 몽환적 롱테이크, 좁은 공간의 활용, 일상과 비일상(좀비)에 번갈아 가며 터지는 색채와 조명을 관찰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이는 이질적인 판타지-좀비물에 한국형 소도시 가족극의 리얼리즘이 더해지도록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음악 또한 잔잔한 피아노, 소박하고 따뜻한 클래식 기타, 익살스러운 효과음 등 상황에 맞춘 다양한 사운드트랙을 적극 활용해,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울림을 더합니다.

 


3. 총평 – 장르의 경계를 뚫는 K좀비 가족 코미디의 따뜻한 반전


《좀비딸》은 우리가 흔히 ‘좀비’ 하면 떠올리는 공포, 피, 생존 게임의 클리셰에서 벗어나, 극한 상황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일상의 울타리와 사랑, 그리고 조금은 괴상하지만 진심을 담은 연대를 통해 삶의 의미를 건드리는 독특한 가족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는 아무리 이상한 존재가 되어버려도 가족은 가족이고, 인간은 인간임을 조금은 기괴하고 자조적으로, 그러나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해리가 좀비가 된 뒤에도 자신의 존재 이유는 ‘아빠의 딸’이라는 사실, 그리고 진이 아무리 괴롭고 위험하더라도 ‘딸을 위한 아버지’로 살아가고자 하는 고집. 두 인물의 사투는 기존 좀비물의 액션과 서스펜스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큰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동시 선사합니다.

배우진의 연기는 특별합니다. 신인답지 않은 담백한 표정과 동물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해리 역은 좀비의 ‘본능 VS 인간성 회복’을 세밀하게 그리며, 진 역의 배우는 약간 소심하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부모의 끈질김을 통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상을 완성합니다.

각본의 재치와 연출의 유연함도 ‘K좀비’물의 진부함에서 탈출하게 해줍니다. 다양한 사회적 차별, 삶의 부조리, 집단 히스테리, 그리고 무조건적인 가족 사랑이 블랙코미디의 외피 아래,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 때로는 치명적인 유머, 때로는 대중적인 뭉클함으로 녹아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의 외로움과 단절감을 희화화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다름’과 ‘소외’를 안아주는 특별한 힘을 보여줍니다.

장르와 상업적 성공 이상의 메시지, 즉 사랑이, 연대가,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94분 내내 명쾌하고 유니크하게 전달하는 – 그것이 바로 《좀비딸》의 진짜 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