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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폴리 아 되(Joker: Folie à Deux), 2024] 광기의 이중주

by 오르봉 2025. 5. 20.

사랑과 파멸, 조커: 폴리 아 되의 세계

1. 줄거리


《조커: 폴리 아 되》는 2019년작 《조커》의 직접적인 속편으로, 전작에서 고담시를 혼돈에 빠뜨린 아서 플렉(조커)이 아캄 수용소에 수감된 2년 후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아서는 무기력하게 재판을 기다리며,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수용소에서 만난 정신과 의사 리 퀸젤(레이디 가가)은 아서의 내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조커’를 다시 깨웁니다. 리 역시 점차 조커의 세계에 매혹당하며, 스스로를 ‘할리 퀸’이라 지칭하고 둘은 점점 서로의 광기에 빠져듭니다.

영화는 아서와 리가 ‘폴리 아 되(공유정신병)’라는 프랑스어 제목처럼, 서로의 광기를 증폭시키며 현실과 환상, 사랑과 파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공범이나 연인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와 욕망, 혼란을 공유하는 일종의 이중주로 그려집니다. 아서는 재판에서 자신의 죄를 두고 조커와 아서 플렉, 두 인격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리는 그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며 조커의 광기에 동조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아서가 재판에 출석해 ‘조커는 없다’고 선언하는 장면입니다. 그 순간, 그를 따르던 지지자들과 리마저 곁을 떠나가고, 아서는 다시 혼자가 됩니다. 이 결말은 조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혼돈이나 범죄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던 인간적인 욕망이었음을 암시합니다.

 


2. 촬영 및 연출 배경


《조커: 폴리 아 되》는 토드 필립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으며, 호아킨 피닉스(아서/조커)와 레이디 가가(리 퀸젤/할리 퀸)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뮤지컬과 심리 스릴러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두 인물의 내면 세계와 광기를 음악과 춤, 환상적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조커와 할리가 노래를 부르며,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촬영은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 도시에서 진행되었으며, 아캄 수용소의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 광기의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무대, 그리고 고담시의 혼돈스러운 거리 풍경 등이 사실적으로 재현됩니다. 음악은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가 담당해, 불안과 고독, 광기의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폴리 아 되’라는 정신의학적 개념(공유정신병)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두 인물의 시점이 교차하고, 현실과 환상이 반복적으로 뒤섞이는 연출이 돋보입니다. 뮤지컬 장면은 조커와 할리의 내면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때로는 해방의 쾌감, 때로는 절망의 고통을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3. 총평


《조커: 폴리 아 되》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나 DC 빌런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광기와 사랑, 고독과 연대, 그리고 인간 내면의 파괴적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극이자,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실험입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전작보다 더 깊어진 내면 연기로, 조커와 아서 플렉의 경계에서 끝없이 흔들리는 인간의 고통을 보여줍니다. 레이디 가가는 할리 퀸의 광기와 연민, 그리고 조커에 대한 집착을 강렬하게 표현하며, 두 배우의 ‘광기의 이중주’는 영화의 백미입니다.

영화는 “조커와 할리는 같은 사람인가, 다른 사람인가?”, “광기는 전염되는가, 혹은 선택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변호인단, 할리, 그리고 아서 본인조차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관객 역시 조커의 정체성과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뮤지컬 장면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조커라는 캐릭터의 내면적 혼돈과 해방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답고, 불편하면서도 매혹적인 이 영화는, 사회적 약자가 어떻게 광기에 사로잡히고, 그 광기가 또 다른 약자에게 전염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이자 ‘비극의 오페라’입니다. 전작의 사회비판적 메시지와 인간 심리의 어두운 단면을 계승하면서도,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한층 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