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영화 *《미키17》*은 얼어붙은 외계 행성 '니플하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생명과 정체성,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054년, 인류는 자원이 고갈된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기 위해 우주로 눈을 돌립니다. 니플하임은 혹독한 기후와 극한의 환경을 지닌 행성이지만, 인류 생존의 마지막 희망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파견된 탐사대 중 한 명이자 주인공인 미키 반스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이라는 특수 임무를 맡습니다. 이 임무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 작업을 전담하는 역할로, 죽더라도 그의 의식과 기억은 곧 새로운 복제체로 이어져 되살아납니다.
그러나 어느 날 임무 수행 중 사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복제체인 미키18이 활성화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원래 시스템상 동일한 시점에 하나의 미키만 존재해야 하지만, 두 명의 ‘동일한 기억과 정체성을 지닌 존재’가 공존하게 되면서 상황은 점차 혼란스러워집니다.
둘 중 누구도 사라지고 싶지 않은 상황.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탐사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두 미키는 서로를 숨기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들은 점차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짜 인간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합니다. 영화는 이 두 인물이 겪는 갈등과 선택,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중심으로 흘러가며, 복제 인간의 윤리성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깊은 고민을 던집니다. SF 장르이지만, 이야기는 매우 인간적이며 내면적입니다.
2. 촬영배경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의 첫 SF 장르 영화로,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독창적인 세계관을 현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작품입니다.
촬영은 **영국의 리브스덴 스튜디오(Leavesden Studios)**에서 진행되었으며,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이루어졌습니다. 이 스튜디오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대형 프랜차이즈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으로, 미래 행성의 거대하고 낯선 풍경을 실감 나게 재현하기에 적합한 장소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철저히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장면을 구상했으며, 기존의 한국 영화 스타일과는 다른, 보다 정교한 SF적 미장센을 설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로버트 패틴슨은 1인 2역, 즉 미키17과 미키18을 연기하며 서로 다른 인물처럼 보이도록 말투, 억양, 표정,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분리하여 연기했습니다. 봉 감독은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시각적으로도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 앵글과 조명, 음향 디자인까지도 이중적으로 구성했습니다.
특히 외계 생명체인 '크리퍼(Creeper)'의 디자인은 봉준호 감독이 한국의 콘셉트 아티스트 장희철 디자이너와 직접 협업해 창조한 생명체로, 고전 SF와 생물학적 공포 요소를 동시에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시각효과는 DNEG, Framestore 등 세계적인 VFX 스튜디오가 맡아, 니플하임의 황량하면서도 신비로운 세계를 정밀하게 표현했습니다.
3. 총평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가 SF 장르와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그는 기존의 사회적 메시지와 블랙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인간 복제라는 난해한 주제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두 미키가 처한 상황은 단순한 클론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두 인물이 점점 다른 삶을 살아가며 점차 다른 ‘개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인간의 정체성과 의식, 나아가 자아의 경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봉 감독의 기존 영화들보다 조금 덜 날카롭고 감정적으로 정제된 면이 있다고 평가하지만, 동시에 그의 새로운 시도와 장르 확장에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로버트 패틴슨의 복합적인 연기와 시각적으로 세련된 연출, 그리고 탄탄한 세계관은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과 사유를 동시에 이끌어냅니다.
결국 *《미키17》*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나의 기억이 곧 나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 존재의 경계를 탐색하는 영화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 안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할 작품이며, SF 장르 안에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조명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