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밤, 대한민국 현대사의 운명을 뒤흔든 신군부의 군사 반란, 이른바 ‘12·12 사태’의 긴박한 9시간을 그린 실화 기반 정치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 암살(10·26 사건) 이후 사회가 혼란에 빠진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잠시 찾아온 민주화의 봄, 그러나 그 희망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은 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중심으로 권력 장악을 노립니다. 그는 계엄사령관이자 육군참모총장인 정상호(이성민 분)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은밀하게 세력을 확장하며 쿠데타를 준비합니다.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은 우직하고 정직한 군인으로, 정치적 야망엔 관심 없지만, 정상호의 간곡한 부탁에 서울을 지키기 위해 마침내 진압군의 리더로 나섭니다.
12월 12일 밤, 전두광은 정승화 참모총장(실제 인물 모티브)을 강제 연행하고, 하나회와 신군부 세력을 총동원해 최전방 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입니다. 반란군과 진압군, 두 세력은 서울의 다리와 주요 거점을 두고 일촉즉발의 대치를 벌입니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신념과 욕망, 그리고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전두광은 권력을 향한 집념과 냉철함, 그리고 때로는 광기 어린 담대함으로 반란을 이끌고, 이태신은 목숨을 걸고 서울을 사수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웁니다.
영화는 반란군과 진압군의 팽팽한 대립, 그 사이에서 갈등하고 배신하며 각자의 안위와 신념을 저울질하는 인간 군상들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한강의 11개 다리를 차단하며 홀로 반란군을 막아선 이태신, 협상과 기만, 그리고 총성이 오가는 9시간의 사투. 결국 이태신의 저지는 실패로 돌아가고, 전두광의 반란은 성공합니다. 신군부는 권력을 장악하고, 서울의 봄은 그렇게 막을 내립니다.
2. 촬영 배경
《서울의 봄》은 1979년 서울의 분위기와 당시의 긴박감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대규모 세트와 실제 로케이션을 병행해 촬영되었습니다. 제작진은 전남 광양항 ‘스타벡인코리아’ 부지에 7,000평 규모의 세트장을 조성, 명동 신세계, 국제시장 앞, 30경비단 부대 입구 등 주요 장면을 세밀하게 재현했습니다. 이외에도 대청호 인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청남대, 광양항 등에서 촬영이 이뤄졌으며, 시민들 사이에서 배우 정우성 목격담이 돌 정도로 현장감 넘치는 촬영이 진행됐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군사작전, 세종로 대치 장면 등은 실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구현됐습니다. 182만 5천㎡에 달하는 부지와 다양한 시설, 그리고 수백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대규모 군중 장면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79년으로 돌아간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영화의 미장센은 당시의 시대상과 군부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살려내, 관객이 그날의 현장에 있는 듯한 체험을 제공합니다.
김성수 감독은 실제 12·12 사태 당시 한남동에 거주하며 총성을 들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오래된 숙제”처럼 이 영화를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존 인물의 이름은 법적 문제와 상상력을 더하기 위해 ‘전두광’, ‘이태신’ 등으로 각색되었으며, 극적 긴장과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3. 총평
《서울의 봄》은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닌, 권력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신념과 욕망, 두려움과 용기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수작입니다. 황정민(전두광)은 탐욕과 광기의 화신으로, 정우성(이태신)은 우직한 신념의 상징으로,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은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이성민, 박해준, 김성철 등 조연진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놀라운 연기를 펼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영화는 14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빠른 전개와 몰입도를 자랑합니다. 반란군과 진압군의 치열한 대립,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모습은 관객에게 분노와 울분, 그리고 깊은 생각거리를 남깁니다. “오늘은 북한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대사, 군의 명령계통이 무너지는 현실, 각자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거는 군인들의 모습은 권력의 본질과 민주주의의 취약함을 다시금 일깨웁니다.
엔딩에서는 신군부의 승리와 함께, 실제 하나회 단체사진이 등장하며 역사의 씁쓸한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영화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 될 과오”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남기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과 경각심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