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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2025] 치명적 설렘, 바이러스 로맨스

by 오르봉 2025. 5. 18.

사랑에 감염된 세상, 바이러스의 기적

1. 줄거리


2025년 5월 7일, 오랜 기다림 끝에 개봉한 영화 《바이러스》는 “사랑에 빠지면 죽는다”는 기묘한 설정으로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입니다. 원작은 이지민 작가의 소설 『청춘극한기』로, 강이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두나(옥택선 역), 김윤석(이균 역), 손석구(남수필 역), 장기하(김연우 역)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이야기는 기력도, 의욕도, 연애 세포도 바닥난 번역가 옥택선(배두나)이 모태솔로 연구원 남수필(손석구)과의 어설픈 소개팅을 치른 다음 날,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변하는 이상한 경험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괜스레 행복해지고,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화려한 원피스에 눈길이 가고, 매일 울리는 동창 연우(장기하)의 광고성 단체문자도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곧 택선은 자신이 치사율 100%의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고, 며칠 내로 반드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특성을 지녔습니다. 유일하게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연구원 이균(김윤석)을 찾아가게 된 택선. 하지만 이균은 실패만 거듭해온 우울증 치료제 연구자이자, 가정사에 상처가 많은 인물입니다. 두 사람은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예기치 못한 여정을 함께하게 됩니다.

택선의 감염 사실을 알게 된 수필, 그리고 택선의 오랜 동창 연우까지,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바이러스와 사랑, 그리고 죽음의 경계에 서게 됩니다. 영화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과 우정,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물들의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여정을 그려냅니다.

 


2. 촬영 배경


《바이러스》는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촬영을 마쳤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개봉이 5년 넘게 연기된 ‘창고 영화’로도 유명합니다. 실제로 제목과 소재 모두가 팬데믹 현실과 맞물리며, 극장 개봉이 무산될 뻔한 위기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극장가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마침내 관객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감독 강이관은 “현실과 어울리는 이야기, 과학적으로도 말이 되는 바이러스 설정”을 위해 실제로 뇌에 영향을 미치는 기생충 ‘톡소플라즈마 곤디’에서 영감을 받아 ‘톡소 바이러스’를 창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뇌에 영향을 주어, 억제하던 감정과 사랑의 욕구를 극대화한다는 설정입니다.

촬영은 서울 시내의 일상적인 공간, 평범한 번역가의 집, 연구소, 소개팅 장소 등 현실적이고 친숙한 장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화려한 CG나 대규모 세트 대신, 인물의 감정 변화와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히, 감염 이후 택선이 경험하는 ‘핑크빛 세상’은 색채와 조명, 음악 등 시청각적 요소를 활용해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연출되었습니다.

또한, 영화는 팬데믹 이후 변화한 우리의 일상과, ‘바이러스’라는 단어에 담긴 이중적 의미(공포와 위로, 죽음과 사랑)를 섬세하게 반영합니다. 오랜 시간 개봉을 기다린 배우들과 제작진의 애정이 곳곳에 녹아 있으며, 실제로 배두나와 김윤석은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기 위해 각자 감정선과 심리 묘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3. 총평


《바이러스》는 제목만 보면 전염병 아포칼립스나 좀비 영화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사랑에 감염되는” 기묘하고도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라는 극한 설정을 유쾌하게 비틀어, 사랑의 본질과 감정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그려냅니다.

배두나는 감염 전후의 옥택선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평범한 일상에서 갑자기 찾아온 설렘과 행복, 그리고 죽음의 공포까지 폭넓은 감정선을 보여줍니다. 김윤석은 실패와 상실, 그리고 다시금 희망을 찾는 이균 박사의 내면을 진중하게 그려냅니다. 손석구와 장기하는 각각의 방식으로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더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갑니다.

영화는 기존의 재난영화 공식(공포·생존·절망)을 비틀어, 바이러스가 가져오는 긍정적 변화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관계에 집중합니다. “사랑을 느끼면 죽는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은, 오히려 삶의 소중함과 순간의 감정,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얼마나 값진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잔잔하고 착한 전개, 동화적인 분위기, 그리고 현실을 위로하는 메시지 덕분에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봄날의 설렘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팬데믹을 지나온 우리 모두에게, “행복도 전염된다”는 희망을 건네는 작품입니다.